신용카드, '득'인가 '실'인가?

2012/03/16 12:00

화차미야베미유키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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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를 책으로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90년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어느 다중채무자

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는, 그러니까 '신용카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내가

과연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한 인간이 '파산' 하기 까지

는 복잡한 경제적 시스템이 밑바탕 되어 있지만, 그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르고, 누

적되고, 지르고, 누적되고.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누적' 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이다. 예컨대 30만원짜리 물건을 6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했을 때, 한 달에 나가는 돈

은 고작 5만원 뿐이라는 사실만 인지 할 뿐, 자신이 앞으로도 25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상 진정한 문제는 지

금부터 시작이다. 30만원짜리 물건을 '하나만' 지른다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는데 거기에

뭔가를 '덧붙여' 구입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100만원짜리를 10개월 할 부로

구입하면 월 지출되는 돈은 15만원, 거기에 할부이자가 붙어 15만 5천원 정도라고 가정하

면 여기에도 '자신이 빚을 지고 있다'는 관념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몇 개를 덧

붙이면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개별 품목을 할 부로 구입했을 때는 고작 몇 만원이지

만 카드 명세서를 보게 되면 곧 몇 십만원이 된다는 것을 몇 달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

고 그때부터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화차'는 이러한 시스템의 폐단에 대해 일침한다. 그 시스템이, 그러니까 일본의 '신용카드'

시스템과 채무자의 관리 시스템들이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해서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소설의 배경은 90년대 초반이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역시 적용이 된다. 오히려

업그레이드 되어있는 것이다. 돈을 빌리기는 더 쉽고, 갚기는 더 어려운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실은 90년대 후반, 김대중 정권 이후 우리나라에도 카드 대란이 있었다. 내가 군대

에서 막 제대하여 복학한 시점이었는데 당시 내 신용카드 한도는 900만원, 말 다한 것이

다.



물질 문명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폐단은 마치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를

처묵처묵해서 어느 샌가 살이 쪄버린 쥐처럼, 점점 겉잡을 수 없이 살이 찌고 있다. 온갖

'포인트', '혜택'을 미끼로 사람들은 '최소 20만원'을 쓰게 된다. 왜냐하면 전월 실적이 '최소

20만원'은 되어야 '물건을 살 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 한 달에 20만원 쓰는

거, 신용카드로 사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혜택'이라는 것이 '뭔

가를 사야지만' 받을 수 있는 혜택임을 깨닫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혜택'을 받기 위해 신용

카드로 최소 20만원을 질러야 하고, 그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또 뭔가를 질러야 하는 것

이다. 그런데 그 '혜택'이라는 것이 (비대해진 쥐의 몸통에 반해) 쥐꼬리 정도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생각을 바꿔서 차라리 매월 '기왕' 20만원

쓰던 걸 줄여서 17만원만 쓰게 된다면, 차라리 혜택 1~2만원 받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효율

적일 것이다. 3만원을 세이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근래에 금융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우연히 '화차'를 읽게 되었고,

이것이 영화든 책이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한 번쯤 '인식'하고 있어야 할 내용

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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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집아저씨

    저는 그러다 보니 할부로 구매한 품목이 한개 발생하면 그것이 마무리 될때까지 할부는 하지 않습니다. 살짝 무서워서요 ㅠ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아이폰/아이패드에서 '탈옥(Jailbreak)'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2012/02/15 14:04


나는 탈옥(Jailbreak)을 하지 않는다. 그냥 순정상태로만 이용한다. 물론, 아이팟터치 1세대를 사용하던 시절, 한글키보드가 없어서 탈옥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그 때 뿐이고, 몇 년이 흘러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지금은 그냥 순정상태로 이용하고 있다. 다만, iOS의 베타버전 정도는 올려서 이용한다. 이는 탈옥과는 무관하니 상관없다고 생각된다.

'탈옥'을 하면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iOS 기기들의 확장성이 넓어진다. 다양한 응용 어플들이 '시디아'라는 곳에 집약되어 보다 편리하게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탈옥을 해서 '불법'으로 유료 어플들을 이용하는 유저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탈옥'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나는 이러한 '탈옥'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다양한 확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의 리스크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순정'을 고집한다. 혹자는 '탈옥'으로 인한 다양한 장점들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 보다 크다고 말 할 수 있고, 그것이 사실이다. 분명 iOS는 탈옥을 하지 않는다면 한계를 지니고 있다. 탈옥을 한 후에, 기능을 확장시키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은 아이팟터치 시절에 본인도 이미 경험해 본 바이다.

하지만 순정 그대로의 상태에서 어플을 이용하여 '순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사실 나는 순정상태에서 다양한 어플들을 구매하여 아이폰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탈옥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앱스토어를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새로운 어플들이 나오면 그 어플들을 최대한 이용해보는 재미도 있다. 당연히 '탈옥'은 한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스타 크래프트로 비유해보자면 스팀팩 먹은 마린 같은 것이리라. 그러나 '탈옥'은 한편으로는 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계를 '편하게' 극복하는 것이 '탈옥'이다. 순정은 그야말로 고군분투의 연속이다. 어느정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노력들을 하다보면 그야말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인생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인생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누구나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똑같은데, 그것을 극복하는 갈래길이다. 쉽고 편하게 극복하는 방법도 있으리라.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에 맞춰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는 방법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쪽을 택하고 싶다.
물론 탈옥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으리라.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노력을 순정상태에서 투자하려면 두 배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 이후에 돌아오는 성취감도 두 배가 될 것이다.

이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많은 유저분들이 계시리라. 그러나 내 개인적인 믿음이란 이렇다. 편하긴 하지만 왠지 비겁한 기분이 들기보다는, 좀 더 고생스럽지만 뭔가 더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좋다는 것. iOS는 한계가 명확한 디바이스이지만, 반면에 유저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한계를 분명히 극복할 수 있는 기기라는 것. 물론 '유저의 노력'에는 '탈옥'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순정상태라는 제한된 상황하에서 극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iOS 기기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내가 지금 처해있는 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노력하여 극복할 수 있는가. 혹은, 내가 편법을 생각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반성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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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순정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으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 잘보고 갑니다..

  2. 감사합니다. 순정만의 장점이 분명 있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3. 탈옥이라... 말씀하신 것처럼, 디바이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 (정확히 표현하자면, Apple측에서 아직 오픈하지 않은.. )를 극복하는 재미?? 로 탈옥을 하는 것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은 탈옥이용자들은 유료어플을 무료로 이용하려는데에 목적을 갖고 탈옥을 한다는 것이..참...중국욕할꺼 하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4.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러면서 술값은 서로 먼저 내겠다고 하지요. 담배 한갑 가격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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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엑스피 튜닝도 한창일 때도.. 결국 최고의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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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7. 저도 탈옥에 재미를 못봐서.. 별로 의미가 없다고...

제목은 '댄싱퀸', 주인공은 '황정민', 내용은 '정치 코미디'(스포일러 약간)

2012/02/09 10:05
영화 '댄싱퀸'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음모론' 같은 것이 떠오르게 되는데,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떠 오른 생각은 '왜 하필 이때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등장' 했느냐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여야 하는데, 왜 나는 '정치 코미디'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영화상에 등장하는 '조동일보'같은 사소한 소품들이나, 혹은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억지스러운 자아비판' 같은 장면들에서 불쾌감 비슷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영화의 제목이 '댄싱퀸'이고, 주연이 '엄정화' '황정민' 이라면 두 등장인물들의 비중은 동일해야 할 것인데, 엄정화는 데뷔 이래 가장 근사한 연기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정민에게 뭍여 버렸다. 사실, 황정민의 연기실력이야 흥행을 하기엔 2% 부족한 구석은 있을지언정 그래도 기본은 하는 배우로서 내게 각인되어 있었는데, 이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인물은 엄정화가 아닌 황정민이고, 그래서 영화는 정치 코미디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엄정화의 내러티브가 복잡하고, 나름대로 개연성도 있으며, 그럴법하다는 공감대를 이끄는 반면, 황정민의 그것에는 이러한 요소가 결핍되어 있다. 영화가 말해주는 것은 엄정화의 인간승리가 아닌, 황정민의 엄정화에 대한 '용서' 인데, 그렇게 보자면 이 영화는 길을 잘못들어도 한참을 잘못들었다.

관객의 시선은 황정민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러나 중년의 나이에 아이돌그룹의 가수가 된 엄정화에게는 상대적으로 '남편의 길을 막는' 여인으로 보여졌고, 그에 앞서 황정민의 모습은 과장된, 이 시대가 원하긴 하지만 결코 등장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인물을 그리고 있다. 두 인물 사이의 갈등, 그러니까 각자의 꿈을 실행시키기 위한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황정민은 '피해자'로, 엄정화는 '가해자'로 묘사되는데 이래서는 제목을 '댄싱퀸'으로 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영화상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다양한 비리들을 저지른, 이 사회가 배척해야 할 인물들이지만 결코 그들이 벌을 받는 일은 없다. 그저 공천에서 탈락할 뿐, 그 조차도 어떤 비리가 밝혀져서 탈락하는 것이 아닌, 황정민이라는 인물의 감동적인 연설 때문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정치' 영화도 아니다. '정치 코미디' 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린다.

반면에 엄정화의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한 여정은 눈물겹다. 다이어트 중에도 참을 수가 없어 남편이 끓여놓은 라면을 먹는 부분에서는 사소하지만 디테일이 강조되어 있다. 다른 멤버의 사생활 부분, 엄정화와 매니저 간의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2%가 아닌 20% 부족하다. 영화의 상당수를 엄정화에게 할애했어야 하는데 절반도 채 그러지 못한 것이다. 정작 재밌어야 할 부분들은 건성건성 넘어갔고, 딱히 중요하지 않은 뻔한 이야기들에 에너지를 너무 소모한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댄싱퀸을 보고 난 후 불쾌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엄정화는 남편의 길을 막는 나쁜 여자로 전락했고, 황정민은 그런 엄정화를 용서하는 '대인배 정치인'으로 묘사되었다. 이게 어디를 봐서 '로맨틱 코미디'란 말인가. 게다가 영화상의 에피소들은 아무것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못했다. 분리수거해야 할 쓰레기를 그냥 검정색 봉투에 한 번에 담아 전봇대 밑에 집어 던진 격이다.
마지막 '갈등의 해결' 부분에서는 너무도 뻔한, 그냥 90년대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하게 한다. 아니, 오히려 90년대 로맨틱 코미디가 훨씬 더 괜찮았으리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댄싱퀸'의 주연은 당연히 엄정화다. '베스트셀러'에서 정신이 파탄 난 여류소설가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면 '댄싱퀸'에서는 진정 평범한 한 가정주부의 연기를 그럴 듯 하게 해냈다. 황정민 또한 기존의 캐릭터에서 이어지는 그 특유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의 황정민 중에 가장 '황정민 다운' 연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황정민은 연기를 '잘' 하지만, '그럴 듯'하지는 못하다. '잘'하는 것과 '그럴 듯'한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수학의 모든 공식을 암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댄싱퀸'을 홀로 킬링타임용으로 봤지만, 그냥 킬링타임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내 인생에 스쳐지나가는 약간은 불편한 영화 중에 한 편이다. 모비딕 이후로 내심 황정민에게 기대를 걸었던 내게는 실망스러운 영화임이 분명하다. 괜찮은 소재의 영화 한 편이, 이런식으로 애매모호하게 포장이 된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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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기

    우와 댄싱퀸을 이렇게 분석하셨군요 난 엄정화의 연기에 만족하며 재밌는 영화네라고만 생각했는데..^^ 엄정화 연기, 정말 그럴사하게 잘 한듯~

게임규제?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2012/02/08 10:44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어라."

2009년 2월 즈음 각 언론사에 뉴스로 보도된 李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발언으로 말미암아 당시 게임업계는 들썩거렸는데, 우리나라도 드디어 '게임기 강국'이 되느냐는 기대감과, 닌텐도가 하루아침에 생긴 것도 아닌데, 라는 비아냥들이 뒤섞였다. '창의력'은 언제나 기본 소양이 아닌 세컨드 스킬 정도로 취급받던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게이머'들은 그냥 '중독자'취급을 받던 이 나라에서 절대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발언을 李대통령이 한 것이다.
그 발언 이후 꼭 3년이 흘렀다.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까지도 게임규제에 발벗고 나섰다. 각 정부부처가 서로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없던 규제가 순식간에, 그것도 세 개나 생겨나버린 것이다. 거기에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라"는 李대통령도 게임업계를 비난하고 나섰다. 도대체 '게임'이 무슨 문제가 있길래 다들 이러는 것일까?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 등장한 '메이플 스토리'라는 게임이 있다. 대형 서점에 가면 이 게임을 만화로 옮긴 책들을 손에 들고 행복하게 부모 손을 잡고 다니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살한 중학생은 잠도 못자고 이 게임을 해야했다. 정부가 생각하기에, 게임, 그것도 온라인 게임은 청소년들의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커져버린 온라인 게임시장을 없애버릴 수는 없으니, 규제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게임'이란 그 학생이 당한 가혹행위의 일 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프로에 임요환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진행자는 임요환에게 교묘한 질문을 했다. "스타 크래프트를 할 때, 누굴 죽이거나 누구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고. 아주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당시의 임요환 대답은 "상대방이 어디있는지 모르니 불안하다"는 요지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게임은 '범죄의 모의 시험' 같은 것으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국내 개봉하는 영화의 90%는 개봉을 해서는 안 된다. 범죄 행위를 그냥 '보는' 것과,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정부의 누군가는 항변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체감에 와닿는 폭력성은 오히려 '영화'와 '책', '만화'등이 더 심각하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을 조종하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범죄행위를 하는 것을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게임은 "이게 게임이니까" 라는 자각이 있지만, 영화나 책, 만화는 "사람이 저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본질은 모두가 망각하고 있다. 게임을 규제하면 학교폭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는, 책상 서랍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책상 서랍을 없애버리는 격이다.
현재, 정권말기의 대한민국은 혼란스럽고, 다양한 문젯거리들을 내뱉고 있는데, 이 와중에 정부의 각 부처들이 서로 게임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에는 수 많은 '문제거리들'이 있는데, 가장 건드리기 쉬운 것이 바로 '게임'은 아닐까. 모든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게임'은 아닐까? 학교나 청소년 관련 정부부처의 내부적인 시스템 문제는 쉽게 건드릴 수 없다. 왜냐하면 너무 복잡해지며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는 이해관계가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창의적'인 일들을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죄인'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타겟은 게임, 영화, 소설 등의 분야로 겨냥된다. 그런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온가족이 저녁식사를 하는 8시 즈음 했던 드라마의 소재가 불륜 아니었던가? 드라마에서 '섹스'는 안되고 '불륜'은 방치해두는 것 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것 처럼, 이번 게임규제도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대한민국이 이제 중국에도 뒤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로 따지면 8:1의 스코어로 이기고 있었는데 이제 9:8로 역전당한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인데 말이다.
규제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는 현직 공무원 및 국회의원들의 하루 음주량을 맥주 기준 '4잔', 소주 기준 '2잔'으로 규제를 하고, 위스키는 아예 마시지도 않으며, '룸' 이용시간은 20분으로 제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적어도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분들인데, 이정도 규제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정부의 논리로 치면 '공무원 비리', '국회의원 성추행' 같은 사건들의 주된 원인은 '술'이니까, 규제를 하면 사라지지 않을까?
참으로, 거꾸로 퇴화하는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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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부는 문화콘텐츠계에 각종 범죄의 책임을 돌리면서도 올해 성범죄 관련 정책에 들어갈 예산을 크게 깎았고, 문화부는 여성부의 뻘짓에 짜고친 고스톱으로 일관했으며, 교육부도 무엇보다 중요한 인간성 함양 교육에는 소홀했다. 이러면서도 문제가 터지면 매양 문화콘텐츠계에 책임을 떠넘기고, 이미 실시되고 있는 규제의 영향과 실효성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하기 전에 또 다른 규제를 구상하기에 바쁘다. 또한, 게임사냥 정권은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하에 신데렐라 이야기식 악법에 관련된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기금 조성안을 거론함으로써 결론적으로 재정 확보가 진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만을 드높이고 있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계가 학부모들의 표심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렇게 정부는 정책 실패를 문화콘텐츠계의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 여성부의 수박 겉 핥기식 실효성 조사 결과와는 달리, 신데렐라 이야기식 악법은 도리어 주민등록번호 도용 및 해킹툴 양산과 같은 사이버 범죄를 늘리는 계기만을 제공한 채 질적으로는 아무런 효과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 게임계의 후퇴를 야기할 뿐이었다. 학교폭력을 막겠다면 탁상행정을 제쳐 두고, 각급 학교 및 일부 대학 학부에서 사랑의 매라는 미명으로 행해지는, 교사 혹은 선배 학우의 구타 및 가혹행위를 척결함과 동시에, 훌륭한 인간성을 기르는 교육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출처 : 신동명천제단(다음까페)

  2. 정말 구구절절 맞는 말씀을 하시네요 잘 봤습니다.

애플의 교육 이벤트, 국내에서는 그림의 떡

2012/01/20 15:31


애플은 어제 새로운 형식의 교육방법에 대한 이벤트를 실시하였다. 잡스 사후 첫 공식 행사인데, 이 교육 이벤트는 잡스 생전의 숙원사업이었다고 한다. 내용들이야 각종 블로그, 언론 기사를 통해서 다들 보셨을테니, 그냥 이 이벤트를 보고 생각나는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위의 스크린샷을 보면 뭔가 익숙한 국가가 보인다. 바로 대한민국(Korea South)이다. 우리나라가 '읽기', '수학', '과학' 분야에서 상위권에 속해있다는 점은,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굉장하다' 까지는 아니어도 '대단한' 정도로는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을 본받고 싶다는 오바마의 발언도 있었으니까. 

애플은, 자사의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이 혁신의 중심은 바로 '흥미를 가지고 즐기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공부를 '지겨워' 하거나 '재미없어' 하는 미국의 학생들에게 의지를 불태우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무거운 책가방'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바로 '흥미'를 갖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이 대한민국에서 통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필자는 이 부분에서 비관적이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교육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중에 하나는 '어른들의 편견'이 있다. 
스크린 샷의 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굳이 아이패드 없이도'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전 세계에서 상위권이다. 그런데 거기에 '아이패드'를 접목시키면 더 잘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아이패드란 그저 '공부를 망치는 장난감' 정도 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예전에 '노트북' 혹은 '컴퓨터'로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의 어른들 반응과 다르지 않다. '컴퓨터 = 게임, 아이패드 = 뻘짓' 이 바로 '어른'들의 마인드인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정책이 국내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중에 하나로 '학생'들을 생각하실 것이다. '애들이 아이패드로 공부하겠어? 게임이나 하겠지' 같은 생각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이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정책에 문제거리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이 또한 편견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이미 나름대로 자정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수업시간에 아이패드로 딴짓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선생의 재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을 믿는다. 물론 제대로 정신이 박혀있는 학생들을 믿는 것이지만.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이 국내에서 성공하기 힘든 문제중에 또 다른 하나 역시 '어른'들이다.
요즘에야 스마트 폰이 대중화 되어 5~60대 아저씨들도 카톡을 두들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가 아니라 삼성의 '갤럭시/갤럭시 탭'이다. 근본적으로(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귀찮은걸 무척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애플의 모바일 기기들은 '어떤 면'에서는 사용하기에 무척 귀찮다. 예를 들어 '아이튠즈'가 그렇다. 애플의 모바일기기들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튠즈가 필수인데, 스마트 폰을 외장디스크 처럼 컴퓨터에 연결해서 '복사/붙여넣기' 만으로도 피곤해하는 5~60대 어르신들이 과연 이런 부분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물론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연령대가 20대 후반에서 30~40대 정도로 젊어진 것은 긍정적이나 굳이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한 기기들이 널려있는데 애플의 아이패드를 가지고 수고스러움을 감당해야 할지는 의문인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대학교육'에서 대한민국은 커다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집단 중에 '권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집단이 바로 '교수집단'이다. 연령층이 높으면 높을 수록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익숙한 것을 찾는 습관들이 있어서, 예컨대 "애플의 아이폰을 사시겠습니까? 삼성의 갤럭시를 사시겠습니까?" 라고 그들에게 묻는다면 열에서 여덟은 아마도 삼성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 애플의 아이패드에 아무리 좋은 컨텐츠가 있어도, 그 컨텐츠를 보는 과정을 '피곤해'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늘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디지털 교육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는 없을까?
역시 여기에도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애플의 아이패드가 모든 사람들이 거부 할 수 없는 특별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할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꼼수다'가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애플의 팟캐스트에서만 들을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꼼수다'를 듣고 싶은 사람들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팟 캐스트를 이용하는 법을 배우고자 할 것이다. 만일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패드에만 존재한다면, 뭐든 새로운 것에는 뒤쳐지고 싶어하지않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진 대한민국에서도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삼성'이다.
대한민국의 5~60대 어르신들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없을지언정 '삼성'에 대한 신뢰만큼은 대단하다. 만약에 삼성에서 갤럭시 탭을 이용한 교육 컨텐츠를 내놓고, 그것을 학교차원에서 지원한다면, 어른들도 수긍할 지도 모른다. 늘 '트랜드'가 될 것을 찾아 다니는 삼성은, 한 술 더떠서 '교육용 갤럭시 탭'을 내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이러한 애플의 교육정책을 삼성이 그냥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어떤 새로운 비전을 누군가가 들고 나오면, 삼성은 그 비전이 트렌드가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승산이 있겠다 싶으면 발빠르게 로컬라이징화(현지화)시켜서 마치 그 트렌드의 주체가 삼성 자신인양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러니 이러한 교육정책도, 삼성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미국에서(혹은 다른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올 예감이 온다면 언제든 교육사업에 뛰어 들 것이다.

어쨌든 디지틀 교과서는, 혹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정책이 국내에서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점. IT강국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이고, '기득권' 세력들이 버티고 있는한 대한민국에서 '혁신'은 바라기 힘들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북' 시장만해도 그렇다. 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반면, 국내 이북시장은 어떤가? 어쩌면 국내의 디지틀 교육 정책은 바로 지금의 이북시장과 크게 다를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애플의 교육 이벤트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쩌다 입에 넣는다해도, 대한민국에서 그 떡은 달콤하지 않고 쓸테니, 전부 뱉어버릴 그런 떡. 현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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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 Icon
    Sang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일단 미국이랑 한국 교육 여건이 달라서 한국에서는 안 되고 안 할 듯.

  2. Blog Icon
    d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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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seru

    아이패드 지원 문제도 있을꺼같아요
    학생이 몇몇인데 그거 다 지원해줬다간 어휴;;;
    그렇다고 학생한테 사라고 하기도 뭐하고

  4. Blog Icon
    20대 보수

    저는 어르신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시대에 뒤쳐지지만 20~30년 전에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위대한 세대"입니다. 그분들 스스로는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납니다. 틀린 말도 아니고요. 마치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분들과 우리가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고 기득권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입니다. 기득권은 어차피 없애봤자 새로운 기득권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득권이 어떻게든 권력을 내놓도록 차근차근 설득하는 것이죠.
    변화는 한번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에 걸쳐서 차근차근 찾아오는 것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