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5 BETA 3 릴리즈.

2012/01/10 09:08
iOS 5의 세 번째 베타 버전이 릴리즈 되었다.
개발자 분들이야 개발자 사이트에서 받으면 되지만 일반 유저들은 파일을 구해서 Shift + UPDATE 형식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이미 beta 2를 이용하고 계신 유저들은 OTA(아이폰으로 자동 업데이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변화된 점은 잘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부드러워 진 듯한 느낌이 있다. 자세한 변경사항은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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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Julian's Memory iOS 5.1 베타3, 아이패드,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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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 에서 아이폰4S로 기변해보니...

2011/12/21 17:27


많은 분들이 아이폰4S가 나오면서 갈등을 느끼셨을 것이다. 외관은 거의 변함이 없고, 바뀐 것이라고는 카메라, 시리, 듀얼코어 정도 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본인도 4S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틀전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변을 했다. 어떤 개인적인 상황에 의해서 한 기변이기에, 솔직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으나 어쨌든 기왕 상황이 이렇게 된 것, 아이폰4S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길어지면 다수의 독자분들이 짜증을 낼 것이 뻔하니, 최대한 기변 소감을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혹시라도 4에서 4S로의 기변을 갈등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포스팅이 참고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싶다.
1. 속도

사실, 이 부분에서 체감이 좀 왔다. 아무래도 듀얼코어의 힘이 아닐까. 이번에 업데이트 된 iOS 5.0 버전은 사실 최적화가 좀 덜 되었는지 아이폰4를 쓰면서 가끔 버벅이는 증상을 느꼈다. 5.1 베타2 버전부터는 그런 현상이 현저히 줄었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아이폰 답지 않은 모습을 종종 보여줄 때가 있었는데, 아이폰4S는 이런 현상을 '클럭빨(?)'로 극복하는 모양이다. 체감이 확 오지는 않지만, 어떤 느낌 같은 것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아이폰4 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굳이 '속도' 때문에 업그레이드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특히 본인처럼 게임은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본인도 아이폰4를 쓰면서 '속도' 때문에 불편했던 기억은 없으니까. 그래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플라시보 현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속적인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점은 만족스럽다.

여기서 잠깐 인터넷 속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위의 사진이 3G 상태에서의 아이폰4S 벤치 측정 속도고, 아래는 집에서 공유기를 이용한 와이파이 상태의 속도다. 3G의 경우, 집에 중계기를 설치했다. KT유선 인터넷을 이용한 공유기는 아이피타임의 604시리즈를 썼다.
일단 3G 상에서의 속도는 만족스럽다. 와이파이는 더할나위 없다. 그냥 터치하면 화면이 바로 뜬다. 3G 상태에서는 PC버전의 경우 약간의 딜레이(화면 전체를 전부 표현하기 위한 시간)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2초는 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음 사이트의 경우)
인터넷 속도는 개인적으로 아이폰4 보다는 만족스럽다. 이 또한 플라시보 현상일 수 있지만, 어쨌든 체감하는 바가 틀리다.

2. 카메라

실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카메라' 부분이다.




노이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내에서는 분명 노이즈가 존재한다. 아마도 ISO수치가 올라가는 듯 싶다. 아이폰은 ISO를 조절 할 수 없어서(혹시 ISO조절 가능한 카메라 어플 알고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필연적으로 실내 촬영시 노이즈는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 사진은 almost DSLR 이라는 어플을 이용하여 찍었다. 노이즈는 기본 카메라 어플보다는 다소 줄어든 듯 싶지만 여전히 노이즈는 존재한다.

 
위 사진은 아이폰용 포토샵으로 노이즈를 제거 해 본 모습이다.
용량이 줄어들고, 다소 뭉개진 느낌이 들지만 그럭저럭 봐줄만은 하다. 그러나 PC를 이용하여 후보정을 하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된다.

아이폰4S의 카메라 성능은 발군이다. 과장 좀 보태서 '압도적'이라 말하고 싶다. 아이폰4도 그렇게 구린 성능은 아니었지만 '푸른멍' 현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아이폰4S에는  이현상도 없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아이폰4S는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작품사진은 못찍을지언정, 스냅사진에서는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러니까 '즐기기 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3. 통화품질

통화품질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밖에서 들을 때 노이즈는 잘 들리지 않으며, 하울링 및 묵음 현상은 1~2회 정도 경험해본 것이 전부. 실내에서 통화볼륨을 최대로 하였을 때 배경음악 처럼 노이즈가 깔린다. 노이즈 소리는 '중후'하게 들려서, 본인도 한 '예민' 하는데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화중에는 그 노이즈 조차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동영상, 3G에서 벤치비를 돌렸을 때의 노이즈를 이야기하는데 실험해본 결과 그냥 무시할 정도였다. 그러나 '예민'하신 분들은 구입하지 않으셔야 할 것 같다.

마치며.

원래는 이 포스팅이 훨씬 길었다. 그러나 본인의 실수로 인하여 글을 전부 날려먹었다. 그러니 핵심만 이야기하고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자.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이폰4를 가지고 있는데 4S로 옮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본인은 전혀 '손해보지 않고' 기변을 했다. 아이폰4의 중고가격이 어느정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4가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기변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보인다. 왜냐하면 그래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듀얼코어의 성능? 게임을 그리 많이 하지 않거나 혹은 동영상을 볼일이 없다면 전혀 필요 없어 보인다. 오히려 통화품질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다. 본인이야 운이 좋아 양품(액정도 오줌이 아닌)을 건졌지만, 듣자하니 4S에 양품은 그렇게 없어보인다. 그러니 지금 아이폰4를 잘쓰고 계신다면 굳이 4S로 기변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약에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이 전화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이폰4S의 카메라 성능은 기변의 불편함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결과물을 보신다면 뿌듯하실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똑딱이 디카가 그래도 품질은 훨씬 좋겠지만 그렇다고 아이폰4S의 카메라 성능이 폰카시절 저질 화질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다양한 어플들로 인해 보정, 효과, SNS등록등 간편하게 '즐기면서' 이용 할 수 있다.
그러니 만약 (아이폰4 사용자분들 중) 아이폰4S로 기변하고 싶은데 뭔가 기변을 위한 자기합리화가 필요하다면, 주문처럼 '카메라'를 외워보시라. 그러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해답은 나오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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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어 SRH440 (Shure SRH440) 헤드폰 감상기

2011/12/16 01:04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사진을 찍는 일이다.
이래서는 어디 제대로 된 블로거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어쨌든 인터넷만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인데, 굳이 찍을 필요가 있겠느냐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블로그니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겠다는 생각에 아이폰으로 사진 한 장을 찍어보았다.

 


사진이 좀 개떡같이 나왔는데 이해하시라. 이 모든 것들이 귀차니즘 때문이니.

일전에 포스팅은 하지 않았지만, Ultimate Ear의 UE600을 구입했다. UE700을 팔고 한동안 애플 번들 이어폰만 썼는데, 그도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외부에서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전부 새어나가서 민폐를 끼치게 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예전 얼티밋 이어의 좋은 기억으로 인해 이번에는 UE600을 구입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하겠지만, U600은 UE700보다 한 단계 '레벨이 낮은' 이어폰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가 더 있다. UE700이 좀 곱상한 소리를 들려준다면 UE600은 좀 더 원시적인 사운드를 내 준다고나 할까. 뭔가 마초적인, 나쁜남자 같은 분위기다.

아무튼, 그래봐야 이어폰일 뿐. 근래들어 클래식과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뭔가 좀 더 고상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2만원짜리 로지텍 PC형 스피커를 유니버셜 독에 연결해서 들어보았더니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고상하지'는 못했다. 그냥 어디 카페 같은데서 흘러나오는 배경음 정도랄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뭔가 몰입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슈처의 SRH440을 구입하게 된 배경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위에 언급했던 것 처럼 '고상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러니 '고상하고 우아한' 소리가 나는 리시버가 필요했고, 그럴려면 우선 헤드폰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검색을 해 본 결과 슈어의 SRH440이 '가성비'로는 저리가라 할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내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내 귀로 직접 듣지 않으면, 도통 사람들의 사용기 같은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내게는 소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공간감'이니, '저음'이니, '타격음'이니, '해상력'이니 이런 건 모른다. 알아봐야 골치만 아프니, 알고 싶지도 않다. 내게 있어서 '좋은 소리' 란 '내 귀에 좋은 소리' 인 것이다. 요즘엔 음질 측정 사이트도 있어서 그래프까지 나타내가며 음질을 설명해주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냥 '내 귀에 좋은 소리' 만 나면 된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더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있는 소리 그대로'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 용어로 '플랫' 한 소리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음이 꽝꽝 울려대는', 소리를 좋아하지만, 내 경우에는 그런 소리를 싫어한다. '음장'도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꽝꽝 울려대는 저음' 과 '음장'은 일종의 '미원' 같다고 본다. 미원을 잔뜩 넣은 음식은 처음에는 맛이 좋다. 그러나 그 뒤에 '미원'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그 본래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미 '미원'으로 인한 과장된 맛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꽝꽝 울려대는 저음' 이나 '음장'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애플의 기기들이 만족스럽다. 이것도 전자기기이기 때문에 '완벽한 생음'을 들려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비교적 애플 제품들의 디바이스는 내가 원하는 '플랫'한 음을 들려준다.

리시버도 그렇다. 어떤 리시버는 저음이 튜닝 되어있고, 어떤 리시버는 고음이 더 튜닝이 되어 있고, 이런 식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리시버도 비교적 플랫한 것을 좋아한다. 특히 '저음을 꽝꽝' 울려주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질색을 하는 편이다.

이러한 조건을 '대략' 만족시켰던 이어폰은 역시 UE600이었다. '보컬 백킹' 이라는 현상도 UE700보다 덜했다. 그렇다면 헤드폰은 어떤가.
헤드폰의 경우,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강조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편견이었다. 물론 이러한 편견은 이번에 소개하게 될 SRH440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졌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헤드폰이란 곧 '웅장함'을 이야기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래서 필자는 SRH440의 윗버전인 SRH840을 한 번 청음해 본 뒤로는 아예 염두해두지 않았다. SRH840은 그러니까 SRH440의 플랫함에 '베이스를 더한' 제품이다. 그런데, 내 귀가 병신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SRH840에서 들리는 베이스는 어딘가 어색하게 들렸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베이스라기보다는 너무도 확연히 "이건 베이스가 울리는 거야" 라고 알려주는 식으로 들렸다.
보스의 신형 OE2는 베이스가 너무 울려서 제외시켰다. 그렇다면, SRH440은 과연 어떤 매력이 있는가? SRH840이나, 보스 OE2가 내 영혼을 짓밟는 듯한 사운드를 내주었다면, SRH440은 내 영혼을 정교하게 도려낸 듯한 음을 들려주었다.

1. 클래식

청음은 아이패드로 하였다. 어디서 주워 듣기로는 아이패드가 아이폰4보다 음질이 아주 미세하게 더 좋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어플중에는 "프리미엄 클래식"이라는 어플이 있어서, 이 어플은 와이파이 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애플 로스리스(Apple Lossless) 형식의 무손실 음원으로 다운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플레이는 어플 내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니 애플 로스리스 무손실 음원으로 클래식을 들어보았다.

먼저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들어보았다. 프리츠 라이너 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의 장대한 사운드트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웅장한 서사시는 사실, SRH440에서는 압도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통쾌한' 음을 들려준다. 소리 자체에 밀도가 있고, 그래서인지 어떤 감동같은 것이 밀려온다. 고작 12만 4천원짜리 헤드폰에서 '압도적'인 사운드 자체를 기대할수는 없지만, 사실 이 정도의 느낌을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UE600같은 이어폰과는 스케일부터가 틀린 것이다.

다음으로 들어본 곡은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하의 Sinfonia No. 9 in F minor BWV 795. 이 정적인 피아노 독주곡은 바로 옆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먼지 한톨 없는 청명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맑은 음질은 아마도 SRH440의 특징인 플랫함에서 오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곡의 명확함을 그대로 전달해주는데, 이 곡은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옆에서 설명해주는 것과 같은, 정교함이다.

다음은 클래식은 아니지만,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주제음악인 'A Love Idea' 라는 곡을 들어보았다. 무손실 음원은 아닌, 내 기억에 아마도 320k 음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크 노플러가 작곡을 하고, 데이비드 놀란의 바이올린이 일품인 아름다운 곡이다. 본인이 개인적으로 근래들어 심취해 있는 음악인데, 특히 가장 좋아하는 소절, 즉 54초부터 1분까지의 부분에서 들려주는 감동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2. 락/메탈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Telegraph Road를 들어보았다. 9분 32초 이후에 나오는 기타 솔로를 중점적으로 들어보았다. 마크 노플러의 기타 연주는 피크를 이용한 것이 아닌, '핑거 주법'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그의 기타 연주는 솔로 연주마저 리드미컬 하다. 이러한 '핑거 피킹'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피킹과 핑거링의 절묘한 조화를 한껏 살린 이 곡은, SRH440 특유의 플랫함과 클린함으로 인해 한결 더 경쾌하게 들린다.

다음은 Fall Out Boy의 Beat. 이 곡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보컬이다. 마치 스튜디오에서 보컬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대로 청음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확트인 기분이 든다. 기타 솔로에서는 기타의 '벤딩(초킹)'의 강도 정도까지 '모니터링' 될 정도다. 결정적으로 본인이 청음샵에서 청음했던 곡이 이 곡인데, 강렬한 락에도 발군의 '해상력(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을 보여준다.

다음은 New Trolls의 The Knowledge 를 들어보았다. 아시다시피, 이 그룹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클래식컬한 맛과 락의 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주목할 점은 비토리오 데 스칼지의 플룻 연주인데, 다른 악기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어서 나오는 Dance With The Rain 의 인트로 부분에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 음은 또렷하게 들린다. 비토리오 데 스칼지의 보컬 또한 이어폰에서 들을 수 없는 '풍성한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

SRH440의 특징이라면 역시 보컬에 있다. 보컬 묘사가 섬세해서 듣는 맛이 남다르다.

3. 가요

롤러코스터의 '라디오를 크게 켜고' 는 이 SRH440 헤드폰의 진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연주와 절묘하게 조화가 되어 어색함이 없다. 중간에 들려오는 기타 스트로크 연주부문에서는 다소 맥이 없이 들리지만, 곡의 특성상, 이 정도는 무난하다고 보여진다.

이문세의 '밤이 머무는 곳에'는 마치 어린시절 들었던 느낌을 그대로 되살려주는데, 보컬의 감정을 잘 살려주고는 있지만, 이 곡에 있어서는 별다른 특징도 찾아 낼 수 없는 '그저 무난한 정도' 로 해석할 수 있다.

4. 랩

본인은 사실 랩이나 힙합을 잘 듣지 않는데, 유일하게 듣는 음악이 바로 타이니 템파의 'Written In The Stars' 이다. 이걸 햅이나 힙합이라고 말한다면, 진정한 매니아들이 비웃을 수 있으나, 그저 글쓴이의 취향정도라고, 애교로 넘어가주면 감사하겠다.
이 곡은 최초의 에릭 터너의 보컬로 시작되는, '락'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역시 SRH440의 특성상 '신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비교하자면, 그냥 타이니 템파가 '클래식 풍으로' 힙합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 타이니 템파 와 무슨무슨 오케스트라가 협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특유의 신나는 느낌은 거의 '상실' 된 수준이고, 그냥 명료한 '랩'을 듣는 기분이다.
만약에 '힙합'을 줄 듣는 분들이라면, SRH440은 꼭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취향의 문제라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 Written in the stars가 '신나는' 곡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랩, 혹은 힙합 장르를 들으면 다를 수 있겠으나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신나게 몸을 흔들고 즐기는 것이 아닌, 그냥 팔짱끼고 앉아 '감상'하는 수준에 멈추는 심심함이 엄습해 올 것이다. 

본인이 많은 곡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재즈'도 감상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은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찬사 일색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단점은 존재한다.
만일 '신나는' 음악을 감상하기를 원한다면 SRH440은 적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몸을 흔들정도의 '즐길 수 있는' 음악에서는 SRH440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예컨대 메탈리카의 공연을 보러가서 그냥 가만히 다리꼬고 앉아 '감상'하는 수준에서 멈출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메탈리카의 공연에서는 몸을 흔들어야 하는데, SRH440은 몸을 '흔들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다만 '차분히' 감상을 요하는 곡에서라면 역시 이 헤드폰은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데, 악기들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경우, 특히 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착용감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는데, 본인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오래 쓰고 있으면 머리가 좀 아파오는 느낌이다. 아마도 위에서 누르는 현상 때문인 것 같은데, 글을 쓰면서 들으니 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는 약간 무거운 것 빼고는 착용감은 양호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SRH440의 가격이 단지 13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가격대에서 이러한 감동을 주는 리시버는 개인적으로 드물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헤드폰을 그렇게 많이 사용해보지 않았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십 몇 년 만에 이런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감상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감동이 더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어폰(UE600밖에 없으니)으로 듣는 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음악 그 자체만을 감상한다고 하면, 그리고 주머니가 가볍다면 대안은 SRH440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SRH840은 어떤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SRH840의 베이스는 어딘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너무도 명확하게 울려주기 때문이다. 본래부터 태생이 플랫한데, 거기에 베이스를 조금 더 집어 넣을 뿐인 느낌이다. 본인은 서두에서도 강조했듯이 플랫한 성향을 좋아한다. 소스가 웅장하면, 웅장하게 들릴 것이고, 소스가 가볍다면 가볍게 들릴 것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솔직한 소리'를 내 주는 것이 바로 SRH440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이어폰을 DSLR카메라에 비유하자면 '크롭바디' 정도로 비교 할 수 있다. 그리고 헤드폰은 '풀프레임 바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본인의 편견에 의하면, 아무리 성능이 좋은 크롭바디라 할지라도, 풀프레임 바디의 깊이는 따라 갈 수 없다. 이어폰과 헤드폰도 마찬가지다. 이어폰의 음질이 아무리 좋은들, 헤드폰의 깊이를 따라 갈 수 없는 것이다. 이어폰을 시냇물로 본다면, 헤드폰은 강물 정도 되겠다. 스피커는? 바다?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 장비보다는 음악 자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역시 헤드폰 밖에는 길이 없다. 본인의 아이패드는 이퀄라이저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만일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음향기기에 이퀄라이저 기능이 있다면, 원하는 소리를 모두 만들어 조합해낼 수 있는 헤드폰은 SRH440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에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보다 즐겁고, 풍성하게 음악을 감상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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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랑 같은 느낌으로 들으셨네요. 840은 베이스가 좀 더 업된거 같아서 440으로 골랐는데 음악 들을때마다 웃음밖에 안나와요. 너무 좋아가지고요. 320kb이상으로 들어줘야 듣는 느낌이죠. 최근에 아이유의 '너랑 나'랑 케샤의 'take it off' 들었는데 전율이...

  2. 저음이나 공간감이 별로라고해서 440으로 정해 놓고 자꾸 840에 미련을 뒀었는데...
    후기보고 440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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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e

    님 블로그 처음왔는데 재미있네요..

  4. 헤드폰 찾다가 잘 보고 갑니다. 입문인데 뭐가 적당할지 찾고있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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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키제로

    고음 특화 헤드폰 찾다가 들렀습니다.
    입문인데 도움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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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불편한 진실, <스티브 잡스 전기(傳記)>

2011/10/27 22:37
스티브 잡스의 '공식적인' 전기(傳記)라 할 수 있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10월 25일 오후 12시에 출간되었다. 나는 이 책을 오후 1시 20분 경에 구입했고, 한 시간 후인 2시 20분 경부터 읽기 시작하여 다음 날인 26일 밤 11시 50분 까지, 페이지 수로 총 925페이지인 이 전기를 전부 읽었다. 
나는 총 이틀 간 이 책을 읽었고, 하루 정도 책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읽고나서 바로 블로그에 올려도 괜찮았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주의깊게, 이틀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읽었기 때문에, 그냥 건성건성 평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공들여 읽은 만큼, 평도 공들여 쓰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구입하는 독자분들의 상당수는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팬이거나, 혹은 IT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라면 25,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 900페이지라는 살인적인 두께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스티브 잡스 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읽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미국 IT 동향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 혹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뉴스 코퍼레이션의 현 회장인 '루퍼스 머독'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하여, 스티브 잡스만이 아닌, 현재 미국을(혹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물들의 성격을 훔쳐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을 읽기 위한 돈과 시간은 IT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그 문제점은 때로는 문제점이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가 존경하는 스티브 잡스의 진실된 모습의 이면을 보며 우리는 적잖은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번역판을 구입하신 분들은 아마도 번역의 질에 대해 다소간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맥락에서 생각해보자면, 우리는 애플이라는 IT의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 그리고 스티브 잡스라는 IT 업계의 스타에 대한, 생각컨대 불편한 진실들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때로는 '폭로'에 가까운 내용들을 담고 있고, 우습게도 국내 언론들(인터넷 미디어를 포함한)은 이러한 내용들을 선정적으로 포장하여 기사화 시키고 있다. 그러나 900페이지를 전부 읽지 않고는 그 기사들이 설령 이 책에서 인용을 했다 하더라도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낱 가십거리의 소스로, 혹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은 이 블로그를 통하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애플' 제품이라고 생각되는 '스티브 잡스 전기'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이런 이면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국내 미디어의 어줍잖은 싸구려 가십거리들을 보고 스티브 잡스나 애플에 대해 오해를 하는 선량한 독자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본인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해보았고, 그 부분들에 대해 다른 독자들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라는 IT업계의 거물의 진실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만큼이나 잘 짜여져 있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재미 이면에 보이는 다양한 이야기들, 생각거리들이 있다. 그 부분을 살펴보자.

불편한 진실 1

럭키 스트라이크 두 갑을 옆에 두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책의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한참을 읽다가 이 책을 언제 다 읽지? 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읽었던 페이지를 보면 어느새 1/3을 읽었다던가 하는 식이다. 적절한 때에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를 넣음으로써 지루함을 없애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오로지 '월터 아이작슨'만이 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이력을 본다면 아마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CEO라는 경력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 책의 서두에서는 월터 아이작슨이 처음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쓰고 싶지 않다는 대목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전기 작가로 월터 아이작슨을 선택했을 때, 그의 생각에는 아마도 그가 아직은 '전기 대상'이 될 준비가 안되어 있는,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오만한 CEO로 비추어 졌으리라.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투병중이라는 사실에 그는 마음을 돌린다. 이미 그 전부터 마음을 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주 기묘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예컨대 총 4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이 끝날 무렵에는 스티브 잡스의 '칭찬'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장'의 내용에는 온통 잡스의 독선적인 성격과 괴팍한 행동들에 대한 인터뷰 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는 혁신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고, 잡스의 전기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에는 일관성이 없다. 심지어 초반 스티브 잡스의 어린시절을 묘사한 몇 장은 그를 '천재'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불우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극복했지만 다소 괴팍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주도한' 인물로 아예 작정한듯 정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삶이 전혀 틀리다고 볼 수는 없으나 초반에 잃었던 객관성이 중후반쯤에 등장하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잡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는 천재, 혹은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비꼬기를 시도했다는 말일까?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꼭 그렇게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초반의 스티브 잡스를 묘사한 부분에는 확실히 객관성이 떨어진다. 

'불우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업가' 와 같은 극적인 서사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카타르시스가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일관적인 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월터 아이작슨이 묘사한 스티브 잡스의 성격만큼이나 복잡하고 난해하게 작성되어 있다. 예컨대 책의 어느 한 부분을 펼쳐서 그 부분에 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성격을 보고 있지만 그 만한 난봉꾼도 없다. 그러나 전 내용과 이후의 내용을 읽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연결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애플의 수석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의 인터뷰가 그렇다. 스티브 잡스는 종종 자신의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경우가 있는데, 조나단 아이브(책에서는 조나선 아이브로 번역되었다.)의 경우도 다를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가 아니었으면 제 디자인은 빛을 보지 못했겠죠' 식의 끝마무리는 어딘가 엉성하게 느껴진다. 마치 사형선고가 확실한 죄수를 어떻게든 변호하려 애쓰는 국선변호인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의 전개는 읽는 내내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의 괴팍하고 용인될 수 없는 성격은 그저 '사족'일 뿐이다. 진실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영혼이며 그가 트랜드를 이끌어간 현대 IT 계의 정점이라는 점이다, 가 월터 아이작슨의 의도가 아닌가. 스티브 잡스의 괴팍한 행동들의 원인은 대부분이 그 주변사람들에게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심지어는 스티브 워즈니악 조차도, 스티브 잡스의 재능을 막은 인물이 되어 버린다. '개방형 플랫폼'을 주장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을 따랐다면, 현재의 애플도 없다는 식의 내용이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데 스티브 워즈니악을 희생양으로 삼을 필요가 있었겠느냐가 내가 주장하는 핵심중에 하나이다. 즉, 월터 아이작슨은 인터뷰 대상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스티브 잡스를 더 위대하게 보이게끔 했다. 정신분열증 환자 처럼 행동하는 스티브 잡스의 행동마저도 그를 위대하게 보이는 극적인 장치중에 하나일 뿐인 것이다.

불편한 진실 2

이 책의 가장 즐거운 점은 바로 인터뷰에 있다. 스티브 잡스 주변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그를 좀 더 잘 알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상당히 불쾌했던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펩시 콜라 CEO였던 존 스컬리를 애플의 CEO로 데려오는 장면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존 스컬리를 데려오기 위해 유비가 제갈량을 데리고 오기 위해 했던 노력을 그대로 답습한다. 잡스 이후 애플을 말아먹었던 장본인이 존 스컬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존 스컬리를 데리고 온 것은 스티브 잡스였고, 이 둘의 관계는 거의 남녀간의 사랑처럼 묘사해놨다. 존 스컬리는 스티브 잡스가 기뻐할 일들을 하고 싶어하고, 그러나 이러한 존 스컬리를 비웃고 있던 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애초부터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를 데려온 것 자체가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그는 IT 업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는데) '언제까지나 설탕물이나 팔며 살거냐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여 그를 데리고 온 스티브 잡스는 훗날 그를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난에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도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가 애플을 말아먹은 멍청한 CEO였을 지언정, 이 책에는 그를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인식을 주어 상대적으로 존 스컬리를 바보 멍청이로 묘사해 놓았다. 이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 명백한 스티브 잡스의 성격적 결함은 그저 그가 어린 시절 '선불교'에 몸담았고, LSD와 요가 같은 것에 심취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양부 밑에서 자라났다는 '피해의식'때문이라고 그를 감싸는데 급급해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의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그의 선구자적 능력을 높이 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상처를 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한 제리 맥과이어의 생일 파티에 그간 그가 사귀었던 여자들이 처음에는 그를 칭찬하다가 나중에 비난을 하는 장면이 떠오르게끔 한다.

언제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이고, 이 책의 목적이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월터 아이작슨과 인터뷰를 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마도 굉장히 불편한 기분을 느꼈으리라고, 분명히 그들에게도 미국드라마 식으로 따지면 '스핀 오프'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진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훌륭하다. 왜냐하면 읽다보면 스티브 잡스가 아닌 다른 인물들에게, 그리고 미국 IT 업계의 발전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자.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어린시절이었던 1960년대부터 소급해 올라가 2011년의 현재까지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의 라이벌들은 하나같이 '미국 기업'들이었다. 2010년과 2011년대에는 삼성전자와도 대립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삼성 전자는 딱 한 번 등장한다. 아이폰의 A4 프로세서를 삼성이 '생산' 했다는 부분이다. (본인의 이전 포스팅 덧글에 '앱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음을 감안할 때)나는 삼성을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기분은 든다. 외국인, 특히 미국의 시각에서 삼성이라는 존재, 혹은 한국이라는 존재가 IT 업계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 스티브 잡스는 아시아에 있는 국가 중에 '일본'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의 결혼식 주례를 일본의 선불교 승려인 '오토가와 고분 치노'가 맡았다는 등, 혹은 딸과 함께 일본에서 장어초밥을 먹은 추억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그렇다. 혹시나 하고 덧붙이지만 나는 이 문제를 한일문제로 비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2010년 부터는 애플과 삼성의 관계가 두드러졌고, 그러한 문제들이 한 번쯤은 언급이 되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편으로는 일본의 '소니'사를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일본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는 동양 문화(정확히 말하면 일본문화)를 선망했음에도, 아시아의 테크놀러지들은 무시했음을 알 수 있다.
잡스가 생의 마지막 즈음 힘겨워 할 무렵에는, 그의 라이벌들이 하나 둘 씩 찾아오고, 그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음을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그의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라던가, 구글의 현 CEO인 래리 페이지 같은 인물들과의 극적인 화해를 보여준다. 이러한 부분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냥 독선적이었던 스티브 잡스를, 위장약이 위벽을 보호해주듯 잠깐 보호해주는 보호막 정도일 뿐이다.

One More Thing...

번역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터였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다른 말로 대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터였다'로 끝나는 문장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초반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화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읽기 편했고, 한글로 옮겨놓은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읽을만 하게 번역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잡스 사후에 변경된 일정에 따른 고통이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END

원래 본인은 이 책을 각 페이지를 표시해가며 조목조목 분석해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의 허탈감 같은 것이 있었다. 어린시절 우상이었던(컴퓨터 잡지에 심심찮게 등장했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다른 모습에 혼란도 왔다. 게다가 900페이지가 넘는 과격한 두께의 이 책을 차마 이리저리 찾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 이게 논문도 아니고, 그냥 블로그에 휘적거리는 수준인데 뭣하러 그런 노력을 들여야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글이 이모양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이 들어있는 포스팅이다. 아마도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 중에는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나를 비난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은 해석의 자유를 준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전기만큼 '해석의 자유도'가 높은 책도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스티브 잡스가 우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실망한 분들.
그러나 나는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으려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책에는 분명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것 외에 다른 것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세계 IT의 발전사 같은 것이 이 책 안에 집대성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읽어본다면 꽤 괜찮은 IT 역사를 그려 놓은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동안 많은 논란거리들이 이 책으로 종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성향이 이 책 안에 다 들어있다. 월터 아이작슨의 '객관성'을 그렇게 씹어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흡입력이 있고, 또한 꽤 공정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우리는 왜 스티브 잡스가 삼성이나 HP, 구글의 태블릿을 보고 '카피캣'이라고 했는지 이 책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의아할 것이다. 분명히. 맥 OS의 시초가 제록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비난하기도 뭣한 예리한 속임수를 스티브 잡스가 써왔다는 것. 그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이 책을 읽고,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러나 그 비전을 만들어 간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주변인들'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애플의 모든 것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러나 책을 읽은 후에는 스티브 잡스의 진정한 능력이 그런 것들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정말로 '인내심'이 강한 여러 인물들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스티브 잡스 전기>는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드디어 애플이라는 기업과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 '공정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한민국 기업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혁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조금의 자유로운 관점과 그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의 인식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대한민국의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자유로운 관점이란 절대 용인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언제나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다. 국가적으로 IT를 육성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창의력을 존중해주는 기업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굳이 '국가적으로 IT를 육성' 한다는 식의 거드름을 피우지 않아도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인식의 문제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그에게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반항했을 때 상당히 좋아했다. 우리나라였다면? 해고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중요시 했다. 어쩌면 그가 종교적인 삶을 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이 없이는 기술도 없음을, 기술이란 인간과 융합이 되었을 때 그 기능의 정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IT업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창의력과 예술감각이 중요시 된다. 예술이란, 정해진 틀 안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음을, 창의력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나라 위엣분들이 인식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IT 강국이 될 것이다. 그래봐야 소귀에 경읽기라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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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비상, <부활>의 몰락

2011/09/17 16:14

'부활'은 나의 첫사랑이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 촌스러운 앨범 재킷, 잠자리 눈 만큼이나 커다란 안경을 쓴 김태원이 팬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들고 있던 모습, 빤짝이 옷을 입은 이승철. 
나는 '부활'과 사랑에 빠졌었다. 그들의 음악은 강렬하고, 섬세했다. 첫사랑의 그 기분과 유사했던 것이다. 1집 앨범의 가장 첫 곡이었던 '인형의 부활'을 나는 몇 번이나 들었던가. 또래 친구들이 유행가를 흥얼거릴 때, 나는 '인형의 부활'을 흥얼거렸다. 애들이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부활'을 대변하던 수식어는 '서정성'이었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인데, 당시 '부활'의 서정성은 '종교적' 감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초기 음반들의 곡 구성과 가사들을 보자면 충분히 그럴법도 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2집을, 그것도 '회상2'를 가장 좋아했다. 곡 구성 자체가 한 편의 서사였다. 이승철의 보컬은 생각컨대 이 곡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곡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절박하고 애절한 보컬을 이승철에게서 들을 수 없었다. '회상2'는 이제까지 나온 '부활'의 모든 곡을 통틀어 그들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고, 보여준 곡이었다.
나는 한 동안 부활과 비슷한 그룹들을 찾아다녔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들의 아이덴티티는, 견고했고, 유일했으며,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첫사랑은 끝이 났다.

빠지지 않고 '부활'의 앨범을 모으던 나는 언제부턴가 그들의 앨범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바로 이승철이 다시 참여한 8집 앨범 '새벽' 이후였던 것 같다. 딱 그 앨범까지였다. '부활'은 8집 앨범을 낸 이후로 대중들이라는 용암속으로 몰락해갔다. 종교적 감성은 사라지고 대중적 감성만이 남았다. '부활'은 무늬만 '부활'이었다. 김태원을 TV로 보는 것은 즐거웠지만, 내 눈에 그는 더 이상 '락커'로 보이지 않았다. 락커의 흉내만 내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예전엔 '락커' 였던, 그래서 비주류였던 인물이, 이제는 '락커 흉내'를 내면서 주류로 들어온 것이다. 모순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그렇다. 흉내가 마치 그 모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그룹이 '백두산'이다. 그저 계속 묵묵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했다면 그들은 전설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TV에 얼굴을 알려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그들을 '흉내만 내는 광대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흉내내는 그들. 나는 실망했다.

보컬들

'부활'이 '음악적'으로 몰락하는 과정에는 보컬들이 있었다. 김태원의 장점은 재능있는 보컬들을 알아보는 것이었으며, 그 보컬들에게 가장 맞는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들의 4집 '잡념에 대하여'는 처음 구입해서 들어본 이후로 두 번다시 듣고 싶지 않은 앨범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수록', '소나기'를 부른 김재기를 기억하지만, 내 기억의 김재기는 '작은하늘'에서 노래를 부른 그 김재기다. 이승철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었지만, 사실 가장 '부활'스러운 보컬이었을 수도 있었던 김재기. 그의 동생이 보컬로 참여한 앨범이 바로 4집이다. 형편없었다. 단 한 곡도 귀에 들어오는 노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형인 김재기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부활의 앨범중에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앨범은 6집 '이상시선'이었다. 이 6집 앨범은 부활의 역사에서,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킹덤' 출신의 보컬 김기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 성대결절로 음악생활을 접었어야 했던 그에대한 마지막 배려였던가. 그러나 나는 '부활'의 음악 연대기를 되짚어볼 때, 6집 '이상시선'은 초기 음반을 제외하고 가장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의 음악성, 그리고 보컬이었던 김기연과 무관하지 않다.

6집 '이상시선'

처음 '가능성' 이라는 곳을 들었을 때, 나는 뭐 이런 노래가 다 있나 싶었다. 조금 촌스럽게도 들렸다. 문제는 이 곡을 두 번째 들었을 때 처음 들은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들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가 바로 보컬이었던 '김기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기연의 보컬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의 창법이 단순히 고음위주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아는 보컬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노래가 있다면, 그것을 자기의 장점과 결합시키는 능력이다. 무엇보다도 6집 '이상시선'에 '회상2'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나는 앞서 '회상2'가 '부활'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곡이라고 말했다. 김기연이 부른 '회상2'는 완전히 다르게 편곡이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2집에서 들려주었던 '회상2'의 애절함을 그대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회상2'는 8집 새벽에서 이승철이 다시 한 번 부르게 되는데, 재밌는 점은 2집의 '회상2'와 6집 이상시선의 '회상2'를 김태원이 절묘하게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8집 새벽에서 이승철이 부른 '회상2'는 역시 잘 부르지만, 생각해보면 2집 때 느껴졌던 감성이나 애절함은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김기연 버전의 '회상2'가 보다 더 감성에 빛났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6집 '이상시선'에 중요성을 잊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부활'의 6집은 기존 1,2집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졌다. 이승철과 가장 유사한 보컬이라 한다면 나는 당연 '김기연'을 꼽을 것이다. 이승철과 많은 것이 틀리지만, 내가 1,2집에서 느꼈던 이승철의 감성을 김기연에게서 다시 느꼈던 것이다. 만약에 '부활'의 역사에서 꼭 지켜야만 했던 보컬이 두 명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김재기와 김기연이다.

몰락하는 '부활'

8집 '새벽'을 끝으로, '부활'은 적어도 내 기억속에서 몰락해버렸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첫사랑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락'이라는 장르에 유난히도 거부감을 나타냈던 대한민국에서, '부활'의 존재는 거대했다. '시나위', '백두산', '블랙신드롬', '블랙홀' 같은 거장들이 있었지만, '부활'은 그들과 궤를 달리하는 활동을 했다. 그들의 7집인 'Color' 에서, '아기천사', '신조음계' 출신의 이성욱을 보컬로 맞이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그마저도 비운의 앨범으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별 빛을 보지 못했던 보컬들. 나는 그들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8집 '새벽'을 끝으로 '부활'의 음악성은 단순히 '서정성'만을 강조하며 나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존의 '고음 위주' 가수들을 배제시켜버린다. 현재 보컬인 '정동하'는 노래는 잘 부르지만, 슈퍼스타 K에서 이승철의 표현대로 하자면 딱 '슈퍼 위크' 정도의 솜씨만을 보여준다. 기존의 김재기, 김기연, 박완규, 이성욱 같은 보컬들에 비하면 그 존재감 조차 희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정동하는 '부활'을 젊게 만들어주었다. 프론트 맨이 아무래도 20대이다 보니, 팬들의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거기에 김태원의 입담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부활'은 '락그룹'이라기 보다는 애매모호한 세션밴드 정도로 밖에는 인식이 되지 않는다. 실력파 보컬들이 '부활'에 몸담고 있을 때, '부활'은 배고팠다. 결국 이 대한민국의 음악신이 요구하는 것은 실력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였던 것이다. 그 희생양은 '부활'이다. 우리나라가 '락음악'에 관대했었다면, '부활'은 지금쯤 대형 밴드로서, 그리고 젊은 락키즈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백두산'까지 예능에 참가하면서, 이제 음악만으로 승부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는 사실들을 깨달았다. 그것은 예전에도 그랬다. 그저 '아주 특출난' 몇개의 밴드만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부활'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김태원'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백두산'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유현상의 '입담'과 김도균의 멋들어진 포즈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대중들은 왕년의 락스타들의 과거 모습을 보며 신기해한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여전히 아이돌 스타, 그리고 감미로운 발라드 가수들, 힙합 가수들 뿐이다. 그렇게 '부활'은 내 마음속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락신에서 몰락해갔다.
그들은 타협을 했고, 그 타협을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조차도, 여전히 TV채널을 돌리다가 김태원의 모습이 보이면 채널을 고정시키게 되는 것이다. 옛 추억을 되새기며.

그룹 '부활'은 다시 '부활' 할 수 있을까?

왕년의 그 '종교적 감성'과 애절함을 다시 찾을 수 있을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은 '김태원'을 좋아한다. 부활을 거쳐간 수많은 보컬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최근 '부활'과 '박완규'가 함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든 노래 '비밀'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그 노래는 박완규에 맞는 노래가 아니다. 차라리 정동하가 불렀다면 더 어울렸을 노래다. 이미 김태원의 기준은 '정동하'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비밀'의 멜로디가 우리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절실한 멜로디였던가. 그냥 '부활 스러운' 노래일 뿐이다. '부활'은 자신들의 노래를 '표절'하고 있다. 끊임없이 비슷한 노래들을 재생산하고 있다. 멜로디들이 전부 비슷비슷해서 그 노래가 그 노래처럼 들린다. 9집 부터는 한 곡이라도 귀에 들어오는 곡이 없다. '부활'에게 있어 심장은 '보컬'이었다. 정동하가 오랜시간 '부활'에서 버티고는 있지만, 나는 그가 솔로로 데뷔했을 때 얼만큼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가능성 있는 보컬이, 그냥 비슷한 노래들과 과거 노래들을 재탕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지금의 '부활'은 이미 몇 번은 우려낸 녹차 티백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부활'에게 더 이상 옛날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는 것일까?
예능에서 한 껏 재주를 펼치고 있는 김태원은 계속해서 이런 비슷한 음반만 '찍어' 낼 것인가?
나는 적어도 한 줄기의 희망은 가지고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뭔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1집의 이승철이 2집에서 변신했듯, 지금의 정동하는 분명 변신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것은 온전히 김태원의 몫이다. 지금처럼 잘 나가는 상황에서, 그가 다시 과거의 감성을, 과거의 울분을, 과거의 슬픔을 가질 수 없으리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김태원이 만든 노래 중, 가장 훌륭한 노래는 '회상' 트릴로지였다. 김태원이 과거를 회상한다면, 분명 새로운 '부활'이 등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집 이후로 '과연 부활이 또 음반을 낼까?' 라고 막연한 기대를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김태원에게 막연한 기대를 걸어본다. 내가 생각했던, 바로 그 '부활'이 다시 '부활'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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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Julian's Memory 김기연, 김재기, 김태원, 락그룹, 박완규, 백두산, 부활, 예능, 이성욱, 이승철, 정동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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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 Icon
    Wyldedrive

    제 생각엔 가장 정확하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포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인형의 부활을 들었을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죠.

  2. Blog Icon
    부활

    정말 좋은 포스팅입니다. 좋은 소식은 김태원 형님이 올해나올 13집은 2집으ㅢ 업글 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들어봐야 알겟지만 과연 부활 최고명반인 2집의 아성을 넘을수 있을지 기대되네요